HOME > 신문과 방송 No.524(2014. 08) > [집중점검] 월드컵 중계방송 결산

월드컵 중계권과 손익계산서




최소 100억 적자…
지상파 경영 악화에 기름 부은 격


19.png


브라질 월드컵이 끝났다. 60억 인구가 열광한 ‘메가 이벤트’는 30일 동안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갈랐다.

모두가 부푼 꿈을 안고 참가했지만 각 국의 마지막 표정은 천차만별이었다.
 
한국은 졸전을 거듭했다. 7월 10일 홍명보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며 사퇴했다.

대표팀을 둘러싼 ‘공분’의 파고 속에서 냉가슴 앓는 이들이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8년 만에 세 배 뛴 중계료

지상파 3사는 월드컵에 ‘올인’했다. 7,500만 달러(한화 764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사왔으니 어떻게든 본전을 뽑아야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찮았다. 대표팀이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수익 기대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손해액이 최소 100억에서 200억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중계권료가 이전 대회보다 지나치게 뛰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사가 코리아풀(Korea Pool)을 통해 공동구매한 2006년 독일 월드컵 중계권료는 265억이었다.

그러나 SBS가 독점 중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료는 715억원이었고, 이번 대회는 764억에 달했다. 8년 새 3배나 뛴 것이다.

SBS가 KBS와 MBC에 중계권을 되파는 방식(중계권 지급 비율, KBS:MBC:SBS=4:3:3)으로 공동 중계했지만 8년 전과 비교하면 거품 낀 중계권료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 스포츠 중계권료는 지상파 컨소시엄 코리아풀이 깨지면서부터 크게 치솟았다.

코리아풀은 KBS, MBC, SBS 지상파 3사로 구성된 중계권 협상채널이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구이나 합리적인 가격에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따와, 경기를 공동으로 중계할 것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착한 카르텔’인 셈이다. 이 채널을 통해서 지상파 3사는 국제 스포츠 기구에 합리적 가격을 요구할 수 있었다.

SBS가 2006년 기존 협상 채널을 깼다.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을 통해 주요 국제대회 독점 중계권을 획득한 것이다.

SBS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까지 4개 올림픽 중계권과 2010 남아공 월드컵, 2014 브라질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국제 스포츠 기구가 협상력에서 우위에 섰다. 당시 KBS와 MBC는 SBS행보에 대해 “코리아풀 합의 위반”이라며 맹비난했고, SBS는 “KBS, MBC 역시 여러 차례 합의를 깨뜨렸다.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것은 민영 방송으로서는 절실한 자구책”이라고 반박했다.
 
‘단독 중계’ 논란 속에서 지상파 3사가 송사 직전까지 갔지만 지상파 3사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공동 중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사태는 일단락됐다.

선의의 카르텔이 깨진 결과 SBS가 독점 수입을 차지했다. 2010년 당시 한국 경기 시청률은 50%를 상회했고 이는 SBS 광고 수입으로 연결됐다.
 
한국전 한 경기당 광고 판매액이 70억 원에 달했으며, 32강 경기 중계를 통해서만 650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이 대회 총 광고 판매액은 730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중계에 성공해 SBS 채널 이미지가 제고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0년 승자는 어찌 됐든 독점 중계한 SBS였다.


브라질도 울고 지상파도 울고

4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상파 3사는 적자에 울상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지상파 3사가 제작비를 포함해 월드컵에 1,200여억 원을 투입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반적으로 업계에서 광고 판매 금액을 공개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열 경쟁으로 방송사 모두가 민감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얼마를 회수했을까? 이 관계자는 “60에서 70% 정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3사 합쳐 지난 대회(2010 남아공 월드컵)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못 미치는 광고 매출을 낸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즉 방송사마다 최소 120억에 달하는 적자가 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손해 규모가 방송사마다 다르다.

그러나 2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본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 경기는 3사모두 광고가 완판 됐지만 다른 경기의 경우 광고 판매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홍명보 호가 조별 예선을 통과 못한 데 있다. 브라질 월드컵 전부터 지상파 3사가 간절히 ‘8강’을 염원했듯 대표팀이 8강 정도에 올라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기침체로 예년보다 시장의 상황은 악화돼 있었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광고심리는 더욱 위축했다.

앞서 말한 코바코 관계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경기 침체에 세월호까지 겹쳤다.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주로 새벽에 경기가 중계된 것도 지상파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레드오션’이 돼 버린 월드컵 중계는 자연 방송 사업자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모바일 IPTV 가입자 400만 명과 CJ 헬로비전이 제공하는 ‘티빙’ 가입자 40만 명은 국가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를 시청할 수 없었다.

지상파와 유료 방송 사업자가 재전송료를 두고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유선방송 가입자당 재전송료 280원씩 지상파에 지불한다. 지상파 3사가 재송신 대가로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1,7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송신 계약서 6조를 근거로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 월드컵 방송 재전송료를 요구했다.

이 단서조항은 “올림픽, 월드컵 등 방송법에 규정된 국민 관심행사 중계의 재송신 등에 대해서는 지상파와 유료 방송이 별도 협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상파는 이 조항을 근거로 월드컵 관련 재송신료는 별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단지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중계권과 방송수단 확보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부담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을 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7월 현재 지상파들은 케이블TV·IPTV등 유료 방송에 월드컵 중계방송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며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높아진 중계권료와 그로 인한 적자를 모면하기 위한 지상파의 무리한 요구는 고스란히 시청자 손해로 돌아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 수익이 예상대로 났다면 지상파가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했겠느냐”며 “방송사와 사업자 간 갈등으로 소비자들이 시청권을 박탈당했다. 시청자 권익과 같은 공익성보다 수익에만 골몰한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 위기는 계속 된다

월드컵은 지상파 3사의 편성과 보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상파 3사는 예능을 포함한 방송 편성을 월드컵에 맞추었고 그 분위기를 띄우는 데 몰두했다.

이영표, 안정환, 차두리 등 유명 축구 선수를 해설위원으로 내세워 중계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연일 앞다퉈 보도자료를 내면서 자사프로그램 홍보에 열을 올렸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 MBC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SBS ‘런닝맨’‘힐링캠프’ 등 월드컵 특집 예능 역시 지상파가 주력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었다.

심지어 메인 뉴스에서도 월드컵 소식이 쏟아졌다. 월드컵 개막 직후였던 6월 13일부터 23일까지 지상파 3사 메인 뉴스가 쏟아낸 월드컵 보도는 347건이었다.
 
이후에도 월드컵 보도는 계속됐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이나 정부 인사 개편 등의 뉴스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중계권을 사기 위해 지불한 비용을 광고 수입으로 채우고자 하는 지상파 3사는 저녁 종합뉴스조차 자사 월드컵 중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월드컵 적자는 이후 지상파 방송사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는 논외로 하더라도, MBC와 SBS가 비상경영을 고려해야 할 만큼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드컵 적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실제 SBS는 7월 1일 긴축경영 등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SBS 관계자는 “광고 시장이 축소했고, 실시간 시청률과 시청량이 감소하고 있다. 또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형태의 변화로 인해 지상파의 시청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과 중장기적인 구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드컵 방송의 실패로 인한 위기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결산도 해보지 않아 월드컵이 비상경영의 원인이라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도 적자상황이었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지 악화가 이루어진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MBC도 유사한 상황이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이사는 “신사옥 이전 문제로 올해 수백억의 적자가 예상되고, 앞으로 비상경영체제로 회사를 운영해야 할 마당”이라며 “상암동 이전으로 올해 450억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월드컵 적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토로했다.


중계권료 거품 빼야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계속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레드오션’이나 다름없는 중계권 쟁탈전에 참여할 것이냐를 두고 앞으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사례가 귀감이 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영국 BBC와 독일 ARD와 같은 공영 방송주관으로 메가 이벤트를 방송한다.

중계권이 치솟는 경우 경기를 배당해 방송한다. 보편적 시청권을 기반으로 한 공익 서비스가 방송문화로 정착한 셈이다.

일본 역시 NHK와 민영 방송사의 연합 기업체 재팬 컨소시엄(JC)이 중계권 교섭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 중계권료 분담비율, 방송 중계권 종목의 배당 등에 대해 JC 내에서 협의하고 결정한다. 지상파와 유료 방송의 권리를 명확히 구분하여 분쟁을 줄이고 중계권료를 낮춘다. 중요한 것은 운영과 협상의 묘다.

이런 측면에서 코리아풀의 제 역할을 재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진봉 교수는 “FIFA와 협상 과정을 거치며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며 ‘코리아풀 유지론’을 주장했다.

그는 “방송은 언제나 공익성을 우선해야 한다”며 “방송사 경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시청자들이다. 지상파 3사는 방송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연 / 미디어오늘 기자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