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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L & ISSUE Ⅰ - 국내최초의 구동형 철도차량 모형이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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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를 통해 철도모형을 소개하는 것이 벌써 세 번째이다. 지난 두 번의 기사는 철도모형 생산업체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철도모형 발전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글·홍보문화실 배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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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최초의 양산형 철도모형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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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최초의 구동형 철도모형 2015년(왼쪽부터 한국철도 CI, 해랑CI, 코레일 CI)


철도모형이란 철도차량·궤도·교량·시설물 등을 일정한 비율로 축소제작한 것을 말하는데,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금속으로 정교하게 제작해 디오라마1)를 꾸미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철도모형’이 ‘장난감’ 대접을 받는다. 대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가의 수입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업체가 제작한 ‘우드레일’이 눈에 띄기는 하나 역시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고급품이라고 해야 해외 철도차량을 모델로 한 것이거나 국산차량은 합성수지로 만든 비구동형( ‘더미’라고 하는, 운행이 불가능한 형태)이 전부였다.

그러면 정말 철도모형은 장난감인가? 맞다. 장난감이다.

다만, 어린이로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신기한 장난감이다. 그 가격도 몇천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인 장난감이다.

3년 전 옛 서울역(문화역서울284)에서 제1회 철도모형경진대회를 열었을 때, 경쟁부문과는 별개로 한쪽에 기성 모형업체의 제품들을 전시했다.

다양한 종류와 규격의 철도모형이 선보였는데,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제품은 국내업체인 선진정밀에서 출품한 ‘빅보이’였다.

길이만도 2m가 넘는, 수작업으로 만든 이 황동 증기기관차 모형의 가격은 무려 2억원에 가까웠다.

모형산업이 발달한 해외에서 철도모형이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은 바로 철도모형이 갖고 있는 희소성과 작품성 때문이다.

비교적 저가품의 경우 압출이나 금형 등으로 대량생산되지만, 고가품의 경우 장인에 의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의 작은 기차가 기적소리를 내며 앙증맞게 궤도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탄성을 내지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로 정교하게 축소 재현된 각종 부품들을 보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철도모형에 대한 기록은 1930년 5월에 파시형 증기기관차 생산기념으로 제작한 1/5축척의 증기기관차에 관한 것이다.

이 차량은 현재 철도박물관에 ‘파시1-4288’이라는 명판을 달고 전시돼 있는데, 4288이란 단기 4288년 즉 1955년도를 뜻하며, 바로 그 해 열린 광복 10주년기념 박람회에서 이 기관차는 어린이들을 태우고 창경원(지금의 창경궁)을 신나게 달렸다.

광복과 전쟁, 혼란기를 거친 후 우리나라에서 철도모형이 하나의 산업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해외 주문을 받아 철도모형 부품을 생산하던 ‘삼홍사’라는 업체가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이 회사는 철도모형사업을 완전히 접었지만, 이 회사에서 근무했거나 납품을 했던 이들이 지금의 한국 철도모형 산업을 이끌고 있을 정도로, ‘삼홍사’는 한국 철도모형업계의 전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모형업체는 대략 20여 개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업체는 정밀금형방식의 철도모형을 생산하는 한국부라스이다.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N스케일(9mm 궤도 사용)보다 HO스케일(16.5mm)이나 O스케일(32mm) 규격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할 만큼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철도차량을 모델로 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의 한계랄까?

국내 최초의 양산형 철도모형이 나온 것은 한국철도가 창설 100주년을 맞은 1999년으로 알려져 있다.

3량 1편성으로 구성된 전후동력형(push-pull) 새마을호 동차인데, 금속제비구동형이었다.

당시 충분한 기술력이 갖춰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이 비구동형으로 생산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가격이라는 장벽을 넘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21세기를 맞았다.
 
2010년 5월, 국내 철도모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가 공식적으로 코레일과 지식재산권 제공에 대한 협약을 맺고 철도모형 제작에 뛰어들었다. 바로 하비프라자였다.

먼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비구동형 KTX와 KTX-산천이 HO스케일로 선을 보였다. 가격은 15만원 내외였고, 선물용으로 적당해서 꽤 인기를 끌었다.

하비프라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DFG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해서 구동형 모형 생산을 시도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8100대와 8200대 전기기관차이다. 독일 ROCO사에서 OEM방식으로 수입된 제품인데, 이게 가능했던 것은 우리 전기기관차의 고향이 독일이어서 그곳엔 기성품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모형은 수입된 후 국내에서 조립과 도장작업을 거쳐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겉모양으로는 한국철도차량을 모델로 한 구동형 양산의 효시이다. 당시 소비자가격은 고급품의 경우 399,000원이었다.

일반적인 HO스케일의 동력차 가격으로는 비싸지 않은 가격대이다. 그런데 소비자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껍데기, 즉 도장은 국내차량이었으나 각종 부품은 실제와 모양새가 많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교하기는 하지만 우리 차량과는 다른 제품을 내놓았던 DFG코리아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모형사업을 접고 말았다.

한국철도차량을 모델로 한 진정한 구동형 모형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니아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진 것은 앞서 언급한 제1회 철도모형경진대회장에서였다.

정밀하게 제작된 7400호대 디젤전기기관차가 출품돼 자유부문 금상을 거머쥔 것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더 놀라웠다.

출품자인 이명수 님은 철도모형에 빠져서 그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이 일을 시작했으며, 이 작품은 CNC선반이라는 공작기계로 일일이 깎아서 만들었고, 앞으로 상품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또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출품했던 모형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코레일과의 CI 사용협의도 마무리했다. 그리고 대망의 9월을 맞았다. 보도자료를 내기로 하고 사진자료를 요청했다.

내부적으로 보도자료 배포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으나, 공사와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를 떠나 철도산업 전체를 봤을 때 이 제품 출시는 철도사에 길이 남을 일이며 코레일 입장에서는 소정의 저작권료도 받게 되는 사안이라는 논리로 설득시켰다.

2015년 9월 8일, 한국철도차량을 모델로 한 최초의 구동형 철도모형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그렇게 배포되었다.
 
요약하면,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7400호대 특대형 디젤전 기기관차를 1/87 크기로 축소한 HO스케일 단일모형이며, 외부 도장에 따라 현재의 코레일 CI, 과거 한국철도 CI, 레일크루즈 해랑 CI까지 3종이 판매된다.

제작상 가장 큰 특징은 본체를 정밀연삭2) 가공하여 하나하나 수작업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며, 고유 엔진 소리를 내장시킬 수도 있고 조종기(컨트롤러)와 궤도를 갖출 경우 실제 운행이 가능하다.

제작사는 한국정밀모형(hantrack)이며, 길이는 234mm, 폭 35mm, 높이 50mm, 무게는 770g이다.

가격은 본체가 부가세별도 150만원이며, 엔진소리 등을 내장할 경우 부가세별도 165만원이다. 전체 생산대수는 70대정도이다.

수작업 제품이라 가격대가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는데, 이것은 장인의 명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에 쓴 대로, 이번에 출시된 명품 모형이 철도모형 제작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 체면을 살려줘서 정말 고맙고,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우여곡절이 많고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 드디어 포문을 열었으니 다음 작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 디오라마 [diorama] 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 또는 그러한 배치

2) 정밀연삭 : 경도가 높은 광물의 입자나 분말 또는 숫돌로 물체의 표면을 갈아 반들반들하게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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