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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




글 황인아

영화를 비범하게 사랑하고 우직하게 기리는 곳

전국 유일, 희귀 고서 & 영화자료 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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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마만리 보유 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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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량 『노마만리』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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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대표


필자는 소싯적 영화를 꽤나 사랑했다. 고등학교 시절 비디오 대여점에서 홍콩영화를 종종 빌려 봤고 대학생이 된 후 극장을 드나들었다.

주간 영화잡지 < 씨네21 >을 즐겨봤는데, 매주 잡지에 끼워진 시사회권을 찾아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직산읍 마정저수지 인근에 있는 책방 ‘노마만리’에서 영화잡지를 보는 순간이었다. 지나버린 20대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필름을 되감듯 생각났다.


노마만리, 한국의 카바레 볼테르

한상언 대표는 영화사 연구자이자 도서 수집가다. 그는 대학 시절 연극사 수업에서 발표 자료로 다다이즘을 탄생시킨 ‘카바레 볼테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접했다.

언젠가 그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2018년 근무하던 대학에서 나와 개인 연구자가 되며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연히 아내와 들른 천안 직산읍 마정저수지에 반해버렸고 연구소가 있는 남양주와 가깝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 곧장 매물을 알아봤다. 인근 3층짜리 카페 건물을 매입해 꿈꾸던 카바레 볼테르를 지었다.


각별한 애정 담은 상호

지인들과 상호를 논의하다가 ‘노마만리’가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노마만리》는 평양 출생 소설가 김사량(金史良)의 항전 기행문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김사량은 종군기자로 징집되던 중 탈출했는데, 이후 조선의용군에 합류하러 연안으로 가는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 작품을 무척 사랑했다. 《노마만리》 제목을 상호로 채택하고, 삽화 중 낙타 그림을 본떠 로고로 만들었다.

한편, ‘노마만리’는 ‘둔한 말이 만 리를 간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영화소설(시나리오) 연구자의 우직함을 빗댄 상호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중국 중고 책 사이트에서 1948년 평양 양서각에서 처음 출간된 《노마만리》를 어렵게 구했는데, ‘노마만리’에서 귀한 초판본을 만나볼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

한상언 대표는 식민과 분단 주제로 한국영화사·북한 영화사·영화 운동사를 연구해왔다. ‘노마만리’에는 남양주 영화연구소에 보관된 희귀 고서와 영화자료를 전시한다.

‘노마만리’의 1층은 책방 겸 전시 공간으로 쓰이며, 한상언 영화사 연구소에서 낸 자료집과 중국 < 대중전영 > 영화잡지가 전시되어 있다.

2층 계단 옆에는 < 키네마준보 >가 전시되어 있고, 안쪽에는 북한의 < 조선영화 > 잡지를 만날 수 있다. 영화잡지는 영화사를 서술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희귀 고서와 영화자료가 한가득

3층 도서관은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꾸렸다. 희귀 고서가 가득한 영화 전문도서관이다.

노마만리 초창기 3층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이었는데, 작년 10월 천안 문화도시 공간스위치 사업에 선정되며 이곳에서 문화강연을 시작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 한국 미술가 열전 >, < 천안, 영화를 읽다 >를 진행했다.

현재도 매주 금요일 심야 영화강좌를 연다.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영화 감상 후 다양한 시선의 감상평을 나눈다.

올해 2월, 3층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으로 인증받았는데, 대한민국 1세대 영화평론가 김종원 이름을 따 ‘김종원영화도서관’으로 명명했다.

개관 기념 특별전에서 기증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상언 대표는 현재 김종원 평론가의 회고록 작업에도 참여 중이다.

6월에는 민촌 이기영 시인의 자료 전시와 박환 교수의 독립운동 관련 저작을 전시한다. 앞으로 천안을 중심으로 서사를 푼 충남 미술사 강좌도 계획 중이다.


 노마만리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금곡로 166

010-5532-2866

입장료 7천 원(영화 관람객 5천 원) + 음료 무한리필

didas@naver.com

@nomamanri2022

* 강좌 및 전시 내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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