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제245호(2020.11) > 열린마당

실직한 용인의 모든 분들의 재기를 응원합니다




김옥림―수지구 고기로


작년 초 남편이 실직했다. 갑자기 닥친 일에 남편은 패닉상태였고 암담해하기까지 했다.

내가 위로했지만 그래도 상심이 큰 듯 했다.

처음 며칠간은 도서관으로 출근(?)하고 다시 며칠간은 등산로로 출근하던 남편에게 초조해하지 말라며 내가 추천한 곳이 바로 요리학원이었다.

남편은 요리를 곧잘하는 편이어서 평소에도 요리책을 보고 맛있는 요리를 뚝딱 준비해 우리 가족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선물한 재주꾼이기도 했다.

어? 그런데 웬 일... 처음엔 주저하다가 그냥 소일삼아 며칠 나가본다던 남편이 슬슬 요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프로급의 실력발휘를 하는게 아닌가.

남편은 그렇게 요리학원을 다닌지 8개월만에 한식 자격증까지 따냈고 급기야 조그만 국수집 하나 차리겠다는 포부까지 말했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국수집 하나 내는거야 일도 아니겠지만 우리같은 서민들에게 식당이나 가게를 내는 일은 여간한 결심과 각오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우리가 거기까지 갈줄은 몰랐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얼마 전 들은 친구 남편의 이야기도 남편의 변화와 비슷했다.

친구 남편은 기러기 아빠였다.

그는 혼자 몇 년을 살다 보니, 어느 날 영양실조가 왔단다.

그래서 결국 직접 요리를 하기로 하고 요리책을 사서 독학(?)하면서 어떤 때는 동료들을 불러서 같이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분은 일류 요리사 뺨치는 전문 실력을 갖추고 아내가 돌아오면 퓨전 요리점을 하나 낼 계획이란다.

우리 남편과 친구 남편에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절박함’이다.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다.

수다가 오가고 웃음소리가 터지는 여성들의 요리수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하루라도 빨리 많이 배워서 어서 다시 생계 현장으로 뛰어나가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고 다시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날들을 간절히 그리는 우리 시대의 남편들.

아빠들이 요리를 배우는 현장은 그렇게 치열하고도 뭉클하단다.

살려고, 가족들을 살리려고,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남편들.

그래서 응원한다. 코로나만 끝나면 우리도 작지만 알찬 국수가게 하나 낼 남편을...

“아빠, 힘내세요, 요리하는 남자들 힘내세요, 세상의 모든 아빠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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