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남규 독자
할아버지 서열 6위
저녁식탁에 오랜만에 고기가 올라오자 아이들이 제 엄마 아빠가 숟갈을 들기도 전에 허겁지겁 집어먹느라 정신이 없다.
이건 아닌 듯 해서 한마디 할까 하다가 또 참고 말았다. 밥 먹는데 괜히 체할까봐…
농담처럼 쓰는 말이지만 정말 “똥물에도 파도가 있는 법”이다. 물론 그전부터 누차 강조했다. 아빠 엄마가 먼저 숟갈을 들기 전에는 음식에 손을 대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도 그런 가르침을 곧잘 지켜왔다. 그러나 가끔씩 까먹는다.
예전에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어땠나. 아이들에게 밥을 먹는 어릴 적에 아버지와 겸상을 하면서 계란찌개에 먼저 숟가락이 갈라치면 할머니의 불호령과 함께 어머니의 꿀밤이 여지없이 날라 왔다.
맛있는 음식은 어른이 먼저 맛을 보고 나이순이나 집안에서의 위치 순으로 내려왔다.
이것을 상물림, 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 했다. 헌데 요즘은 밥상머리 교육이 실종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골의 홀시아버지가 외아들을 따라 도시로 갔다.
홀시아버지는 그래도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파악하고 있었고, 현실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어른이신 당신이 랭킹 1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그래서 아들이 1위, 손자가 2위, 며느리가 3위, 당신은 4위쯤 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도시의 아들 집에서 몇 달을 보낸 결과 자기의 랭킹이 생각보다 더 낮다는 것을 알아챘다.
바뀐 랭킹은 손자 1번, 며느리 2번, 아들 3번, 금붕어 4번, 강아지 5번, 그리고 6번째가 되어서야 당신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충격을 느낀 홀시아버지는 아들에게 짤막한 편지 한 통을 남겨 놓고 낙향했다. 아들이 펴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누가 지은 우스갯소리인지 몰라도 참 서글픈 유머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세태 역시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
아이들을 버릇없이 키운 결과 내가 늙어서 결국 그런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집안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인륜적 도리와 대한민국의 효 사상의 기본마저 잃게 하지말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