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제232호(2019. 10) > 열린마당

고맙고 따스한 용인의 이웃




민경화
기흥구 어정로

토요일 아침 ‘딩~동’ 하며 초인종이 울렸다.

조심스레 문을 열며 누군지 묻자 “그동안 인사도 못드렸네요. 저 윗층 살아요”라며 웃는 주부. “저번에는 정말 죄송했어요.” 하며 손에 든 무엇을 내민다.

맛있게 담은 파김치와 손바닥만한 간장게장 꽃게가 4마리나 접시에 담겨져 있었다.

군침을 꿀꺽 삼키며 “어머 이걸 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라며 멋쩍게 묻자 이분은 연신 죄송하다며 말을 잇는다.

얼마 전, 다용도실 천장에 달린 형광등이 전구가 꺼졌다.

꺼진 형광등을 살펴보니 습기가 차 있어 관리실에 연락을 했더니 위층에서 문제가 생긴것 같다며 확인을 해 보았다.

결과는 윗층에서 뒷베란다를 수리하면서 세탁기 물빼는 호스를 우리 집 전구 위로 지나게 했는데 거기에 습기가 차면서 누전이 되어 형광등 전구가 계속 터졌던 것이다.

윗층에서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굳이 따진다면 공사업체가 잘못한 일이고, 금세 제대로 수리도 끝났으니 우린 그냥 잊고 있었다.

하지만 윗층에서는 우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짐처럼 가지고 있었고 계속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수리 후 이상이 없느냐고 다시 물으며 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연락해 달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괜찮다며 염려 말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그러자 이 주부는 “며칠전에 두분이 엘리베이터 타시는걸 봤어요.

두분 대화중에 바깥 어르신께서 간장게장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는 준비했어요”라는게 아닌가.

이런, 이런... 센스도 보통이 넘는 사려가 깊은 주부였다.

맛나게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종종걸음으로 올라가는 그녀를 보며 남에게 폐 끼치며 살지 않으려는 마음, 고마움을 표할줄 아는 심성, 이웃에게 먼저 웃음을 줄줄 아는 센스에 내 마음이 한없이 훈훈해졌다.

옆집에서 짐이 나와야 그제서야 이사를 가는 줄 알고, 낯익은 얼굴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애써 무심한 척하고, 주차문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고, 심지어 층간소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이 흔한 아파트 세태가 아닌가.

하지만 내가 만난 그녀의 환한 표정은 한발만 물러서서 바라보면 모두가 따뜻한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고맙고 따스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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